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RM의 mono.를 이제야 들었다.
출근하기 전 잠깐 들어보기에도 이 음악들은
소음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때가 아니면 듣지 않아야겠구나, 라는 생각이 들어서.
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만 들었다.
감히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일은 해서는 안 되지만
그가 행간에 숨겨놓은 외로움과 아픔들이 간혹 너무 익숙해서 눈물이 났다.
매일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젖은 베갯잎 위에서 잠을 청한 어린 나,
티 없는 미소와 아낌 없는 친절을 가장하려 애썼지만 그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내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던 나.
참 밝고 명랑하다고, 사랑 가득 받으며 굴곡 없이 자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며
혼자만의 어둠 속에서 발버둥쳤던 그 긴긴 터널 속의 절망을 곱씹는 나.
그런 나의 초라하고 안쓰러운 시간들에,
마냥 편하고 무디지 못한 나에게
moonchild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
가장 대중 앞에 밝게 빛나는 지금 들추고 싶지 않을지도 모를 이면의 그늘을 나눠줘서
참 고맙다.
아직도 '온 세상에 진하게 입맞출 수 없는' 나도
모두 저마다의 암흑을 끌어안고 한 발씩 앞으로 나가는 중일 뿐이라고,
그 안에서도 사랑 같은 미움과, 미움 같은 사랑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며
조금 더 생과 세상에 부딪혀야지.
아쉬운 나, 아팠던 나, 그렇게 하나 하나 시행착오를 겪고 말아야 조금씩 나아지는 나.
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이런게 인생이고,
같은 길은 아니겠지만 묵묵히 걷고 있는
남준과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.